나는 겨울이 좋더라
겨울은 모든 산천이
벗을 것은 다 벗어버리고
제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계절이기에 좋더라
일찍 떠나버릴
초조한 봄 보다는
차라리 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겨울이 좋더라
겨울은 밤이 길어 좋더라
조용하고 아늑한 방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기인 겨울이 좋더라
따뜻하고 음푹한 아랫목에
이불을 둘러쓰고
조그만 상위에 원고지 몇장 올려 놓고 앉았으면
연탄 한 장도 없어 군불도 때지 못한
추운 방에서 웅크리고 앉아
손을 호호 불면서 공부하던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겨울이 좋더라
아무도 오지 않은 겨울이 좋더라
모든 생명 다 잠재우고
혼자만 있게 하는 겨울이 좋더라
메아리 없는 말을 혼자서 지껄이게 놓아두는 겨울
회답 없는 편지를 쓰게 하는 겨울이 좋더라
그분만을 마음껏 생각하고
마음껏 상상하고
그분에 관한 글을 마음대로 쓰게하는
겨울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