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기채
주님
지금 미궁에 빠진 내 영혼이
하늘을 우러러
손과 마음을 아울러 높이 들고
이렇게 절규하고 있습니다.
숱한 영혼을 무참히 삼켜버린
위장된 소돔성을
따뜻한 품 안전한 피난처 인양
환각의 향연에 취한 어리석음이
잠에서 깨는 순간순간
한발을 빼고 나면
또 한발은 더 깊이 빠져들고
한손을 치어들면
또 한손이 피 묻히는
멀고 피곤한 시궁창에서
이렇게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주님
손도 발도 다 저어봐도
뒤범벅이 되어가는 얼굴에
숨통까지 막힐 뻔한 지옥의 바다에서
사력을 다하여 투쟁한 지 벌써 몇몇 해입니까?
환희의 탈출을 노래하며
광명의 대로를 활보하는가 하면
어느 사이엔가
다시 시궁창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유혹의 포로
그래도 숨통만은 치어들고 버티는 내 영혼이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주님
지치고 벗은 내 영혼을
다시 한 번
당신의 크신 손으로 붙들고 낚아채 버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