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채 목사 시집

영혼의 미궁

별을 보며 2023. 8. 12. 17:23

 

 

주님

지금 미궁에 빠진 내 영혼이

하늘을 우러러

손과 마음을 아울러 높이 들고

이렇게 절규하고 있습니다.

 

숱한 영혼을 무참히 삼켜버린

위장된 소돔성을

따뜻한 품 안전한 피난처 인양

환각의 향연에 취한 어리석음이

잠에서 깨는 순간순간

 

한발을 빼고 나면

또 한발은 더 깊이 빠져들고

한손을 치어들면

또 한손이 피 묻히는

멀고 피곤한 시궁창에서

이렇게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주님

손도 발도 다 저어봐도

뒤범벅이 되어가는 얼굴에

숨통까지 막힐 뻔한 지옥의 바다에서

사력을 다하여 투쟁한 지 벌써 몇몇 해입니까?

 

환희의 탈출을 노래하며

광명의 대로를 활보하는가 하면

어느 사이엔가

다시 시궁창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유혹의 포로

그래도 숨통만은 치어들고 버티는 내 영혼이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주님

지치고 벗은 내 영혼을

다시 한 번

당신의 크신 손으로 붙들고 낚아채 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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