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채 목사 시집

처음 사랑

별을 보며 2023. 6. 11. 17:43

 

 

주님!

나는

나를 보고 있습니다

뚫어져라 보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거울에 비취는 내 모습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탄식을 합니다.

 

머리에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

야위어버린 볼에 주름 잡힌 이마

빛 잃은 눈동자

모두가 다 처음 모습이랑은

한가지도 없이 다 잃어버렸습니다

 

아닙니다.

그 보다 나는 더 큰 것을 잃었습니다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송두리째 잃었습니다

 

처음 사랑을 잃었습니다

처음 행위를 잃었습니다

처음 믿음도, 처음 열심도

처음 결심도, 처음 서원도, 맹세도 다 잃어 버렸습니다

아무 것도 없고 빈 껍질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님!

나는 지금 마음의 폭이 너무 넓어지고 있습니다

눈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입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나의 문도 넓어지고, 가는 길도 너무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귀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리하기에 탄식하며

가슴치며

잃어버린 나는 통곡을 하며 탄식을 합니다

처음 사랑을

이렇게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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