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12:3) (이제 이 사람 모세는 매우 온유하여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온유하였더라.) : 이구절도 모세가 쓴것인가?
구약 성경의 첫 다섯 책의 저자는 모세이다. 그래서 흔히 그 책들을 모세의 오경이라 부른다. 또 때로는 율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오경의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중에 모세의 저작이 아닌 부분이 한 곳 나온다. 신명기 마지막 제34장이다. 학자들은 아마도 34장은 여호수아가 썼고 제사장 엘르아살이 그 기록을 담당했으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34장은 모세 사후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본문도 모세 자신이 썼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바로 이 구절이 오경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오경의 모세 저작을 반대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그러면 과연 본문은 모세의 기록이 아닌가? 나가서 본문이 모세의 글이 아니라면 오경의 모세 저작권도 부인될 수 있는가?
본문이 기록된 동기는 모세가 구스(에디오피아) 여인을 아내로 취한데 대한 아론과 미리암의 비방 때문이었다. 모세는 저들의 비방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모세가 이방 여인을 아내로 취한 것은 결코 잘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모세는 하나님의 종이었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판단이나 제재는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었다. 그런데 저들은 스스로를 모세와 동등하게 높였으며 하나님을 대신하듯이 모세를 비방 정죄하였다. 그러므로 4절에 보면 모세는 침묵하는데 오히려 하나님께서 대신 나타나셔서 저들을 책망하시고 진노하셨다.
여기서 우리는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더라는 말씀이 모세에 대한 적절한 평가라고 믿는다. 그 백성과의 관계에서 모세는 왕이요 하나님과 그 백성과의 관계에서 그는 하나님의 대행 자였다. 그러므로 미리암과 아론은 이런 공적인 관계에서 모세의 지도아래 있었다. 그럼에도 저들의 비방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모세의 겸손하고 온유한 성품과 인격에 감동을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을 모세 스스로가 쓴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삽입한 것인가? 저자가 스스로 자신을 그렇게 쓸 수 있을까? 더구나 모세의 겸손한 성품에 비추어 볼 때 불가능할 것 같다. 따라서 이 위대한 지도자의 성품에 대한 이 판단은 그 자신에 관해 모세 자신에 의해 쓰여졌다기보다는 그를 잘 아는 어떤 숭배자에 의한 자서전적 언급이라고 본다⑴. 또 어떤 학자는 어떤 후대 선지자에 의해 여기에 삽입됐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⑵. 그러나 저자 자신에 대해서 그것도 자신의 장점과 탁월함에 대해 쓰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예를 들어 바울이 고후 11:5과 12:11-12에서 자기는 큰 사도들보다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는 줄 생각한다고 했는가 하면 사도된 표로 모든 참음과 표적과 기사와 능력을 행하였다고 하였다. 그는 정말 겸손해서 큰 사도보다 조금도 못하지 않았으나 자신을 죄인의 괴수로 보기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높이 평가할 수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선지자는 하나님과 그렇게 밀접한 관계에 있었으므로 그것이 그 자신의 성품에 관한 것일 때까지도 그에게 계시된 것처럼 그 진리를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⑶. 더나가서 그는 그 자신의 실패와 죄도 같은 정도로 공정하게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본문도 모세의 기록이라고 보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다만 여기서 지적할 수 있는 요점은 모세가 자기 주장이나 단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그의 훌륭함은 하나님께서 주신 어떤 것이었다⑷. 민수기 12:3절은 모세의 성품에 대한 변호이다. 그것은 자만에 찬 언급이 아니다. 그것은 사실에 대한 단순한 언급이다⑸.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여기 모세는 아주 온유하였다는 말씀에 온유는 히브리어로 하나우(ANAW)로서 온유보다 겸손이 더 가깝다. 그리고 이 말은 다른 곳에서는 시에서만 쓰인다. 어느 때는 참 빈곤이나 연약한 자,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을 가리켰다(암 2:7; 사 11:4). 이런 사람은 도움을 위해 하나님을 바라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을 돕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이 말은 자주 마음의 자세를 가리켰는데 부자보다 가난한 자의 성품이며 겸손과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의 자세다. 시편에서 계속 반복하는 말씀은 겸손한 자는 하나님이 구원하시며, 겸손한 자는 하나님께서 높이신다. 그가 승리로 겸손한 자를 존귀하게 하신다(시 147:6; 149:4; 22:26; 25:9; 37:11; 76:9; 마 5:5; 벧전 5:6)⑹. 본문의 겸손한 모세는 위의 약속된 말씀대로 온전한 축복을 받았다. 우리는 나를 대적하는 자에게 보복하지 말고 그 문제를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공정하게 갚아 주신다. 우리가 겸손할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며 그 은혜와 축복을 유지하게도 해 주신다.
주
1. M.G. Kyle, Moses, International standard Bible, Encyclopedia,(Grand Rapids: Eerdmans, 1939),
p.2090, G. L. Archer, Encyclopedia of Bible Difficulties, p.136
2. Jamieson, Fausset, Brown(G. L. Archer, Ibid.,)
3. Haley(alleged Diserepancies, p.248)(G. L. Archer, 1984), p.136
4. Philip Jr., Budd, Numbers(Waco: Word Books, Publisher, 1984), p.136
5. Norman Geisler and Thomas Howe, When Critics Ask(Victor Books, 1992), p.103
6. Gordon J. Wenham, Numbers,(Downers Grove:IVP,1981), pp.111-112
카이저(Walter C. Kaiser, Jr)는 NIV에서 이 구절을 괄호 안에 넣은 것을 주목하고 여호수아가 그의
책을 썼을 때 성령의 지시 아래 율법서에 이 구절을 포함시키도록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것으로 보았다.
More hard sayings of the Old Testament(Downers Grove: IVP, 1992), pp.100-101